자작시

폐가의 슬픈 노래

靑思 김성학 2011. 6. 24. 1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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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가의 슬픈 노래 靑思 김성학 농촌을 버리고 도시로 떠난 농부의 집엔 바람만 가득하다 봄바람은 봄꽃을 피우다가 꽃바람 나 홀연히 떠났고 비바람은 구멍난 지붕 위에서 물장난하다 떠난 뒤에 회오리바람이 주인 바짓가랑일 잡고 울부짖던 문풍지를 갈기갈기 찢어놓고 깔깔대다 회색 하늘로 사라졌고 갈바람이 오색 단풍잎으로 구멍 난 지붕과 창문을 메우다 지쳐 앞마당 우물에 투신자살했다 한동안 잠잠하던 폐가에 지나가던 찬 겨울바람이 어지럽혀진 집 안팎을 한 바퀴 휙 돌아보더니 장딴지를 치면서 꼬박 사흘 동안 폭설을 내려 그럴듯한 아름다운 하얀 집을 만들었다. 어느 바람도 해내지 못한 일을 자기가 해냈다고 거드름을 피우다 장작불 지펴놓고 잠든 사이에 폭설에 못 이겨 지붕마저 폭삭 내려앉고 말았다. 바람들이 스쳐 간 자리에 풀씨들이 찾아와 자리 잡고 질긴 생명 이어가는데 낮에는 해님이 찾아와 놀다 가고 밤에는 달님과 별님이 찾아와서 술레잡기 하는 사이 풀벌레도 덩달아 악기 들고 찾아와 노래 부르고 들새와 산새도 찾아와 자연의 오케스트라를 연출하는 아름다운 곳이 되었지만 손때 묻은 주인 잃은 폐가의 가재도구들이 시시각각 썩어들어가는 몸을 붙들고 숨죽여 우는 사연을 주인은 어느 하늘 아래에서 무엇을 하며 가슴으로 이 슬픈 노래를 듣고 있으려나... 2011.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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