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자라며 처음 접하는 시가 아마 素月의 진달래일 것이다.
나 보기가 역겨워
가실 때에는
말없이 고이 보내 드리우리다
가시는 걸음 걸음 놓인 그 꽃을...
가시는 걸음 걸음 놓인 그 꽃을...
진달래 온 산을 물들이며 피고 있다.
사람은 때로 사소한 것으로 삶이 뒤바뀌기도 하고
뜻하였으나 이루지 못하고 홍진에 묻히기도 한다.
진달래
삼십대초반의 일이다.
서예작품 전시회준비로 하여
몇달째 날밤을 새던 무렵의 일이었다.
나는 그 사람을 다만 술주정뱅이로만 알았다.
글을 쓰고 있으면 와서 돈을 빌려달래는 것이었다.
2천원 또는 삼천원...
당시에 소주한병이 한 오백원 했는 지 모르겠다.
술값을 위한 용도였다.
나는 두말없이 주었다.
어느 날 하루 그 사람이 왔다.
내 또래의 나이에 온 하루를 술에 취해 사는 사람.
거리에서 어쩌다 지나치면 술에 취해 비틀거리고
지나는 이에게 시비도 걸고 하던 사람
하루는 그 사람이 기타를 들고 왔다.
내게 노래를 하나 들려주겠다는 것이었다.
소윌의 진달래
나 보기가 역겨워로 시작되는 노래...
스스로 작곡했다는 진달래...
그는 술에 취하지도 않았다
세상을 조소하는 듯한 표정도 없었다.
그는 깊었다. 그리고 노래를 시작했다.
내 평생에 다시는 그런 곡을 들을 수 없을 것이다.
애절하고 가슴을 쥐어짜는 듯한...
이 세상 어느 가수에게서도 들을 수 없었던 창법의...
나는 한번 더 들려달라고 부탁했다. 그리고 그는 다시 노래했다.
오래도록 그 곡은 내 가슴에 남았다.
그 이후에도 그는 가끔 내게 갚지않을 몇천원의 돈을 빌려갔고
여전히 술에 취해 거리에서 비틀거렸으며 여전히 세상을 조소하는 듯한
표정으로 살았다.
진달래
십몇년이 지난 어느 날
그는 여전히 술에 취해 있었고
이번엔 담배값까지 빌려갔지만 그 밤의 노래는 내 가슴에 있었다.
진달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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