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思 김성학
2010. 1. 13. 17:48
천손초
靑思 김성학
우리집엔 꺽다리 천손초가 산다
키가 어림잡아 1.1m는 될성싶다
동네 아주머니댁에서 시집와서
베란다에 둥지를 틀고 석삼년을 살면서
잎마다 주렁주렁 손주를 참 많이도 보았다
지칠 줄 모르는 자손번식 능력과
잡초 닮은 질긴 생명력으로 이땅 저땅 가리지 않고
엉덩이 붙일 곳만 있으면 삶의 터전을 일구었다
난 뽑았고 너는 잡초처럼 뿌리를 박았다
술레잡기에 빠졌던 지난 늦은 가을날
여느 잎파리와 다른 꽃대의 꼭지와 마디에 점을 찍더니
그후 두 달이 지나는 추운 겨울날
꽃망울은 떨리는 가냘픈 분홍 입술 머금고
그것도 딱 한 개만 수줍게 꽃잎을 열었다
얼마만에 본 개화이더냐
애고! 귀엽고 이쁘기도 하지!
널 볼 적마다 어서 예쁜꽃을 보자고
물과 거름으로 달랬던 눈아픈 인고의 시간
너는 아직 모를꺼다
아직도 겨울바람은 유리창을 뜷으려 안간힘을 쓰는데
어느 세월에 꽃방울마다 망울망울 꽃을 활짝 피울지
세상에 먼저 얼굴 내민 녀석에게 물어도
세월만이 안다고 고운 미소지으며 손사래친다
세월은 잡는다고 오고 놓아 준다고 가는 것도 아니니
느긋한 기다림을 다시 배우며 살아야 할까보다
그러다 어느 날 자고 나니 머리에 흰서리가 하얗게 내리 듯
그렇게 너도 세상에 태어나 내곁에서 산 삶 중에
가장 아름답고 멋진 모습으로 나를 즐겁고 기쁘게 해주려나 보다
보일라를 켜서 방안에 온기를 담아 본다
찬 겨울을 잊으려 잠이들면 꿈속에서 활짝 핀 네모습 보이겠지.
2010.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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