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지금 그대에게 가는 길입니다.
詩人 : 강명하
나래이션 : 박선민
나 지금 그대에게 가는 길입니다.
예쁘게 포장하진 못했지만
수줍은 내 마음을 풀어놓을 참입니다.
나 지금 그대에게 가는 길입니다.
흔들리는 버스는 왜 이리 느리기만 한겁니까?
도중하차하는 사람은 오늘따라 왜 이렇게 많답니까?
택시를 타지 않은 것을 후회하며 뽀롱해진 내모습이
차창에 반사되어 눈살을 찌푸립니다.
나 지금 그대 집 앞까지 왔습니다.
손짓하며 반겨줄 얄미운 사람이 보이질 않습니다
마중 나오지 않는다고 울먹이는 나의 투정은
커다란 그대 가슴에서 웃음으로 변덕을 부리고
그대 눈빛에 박혀버린 바보 같은 내 모습도
오늘은 참으로 예쁩니다
나 지금 그대 집입니다.
아침도 걸렀는데 커피도 한 잔 주지 않습니다.
훌쭉해진 내 배를 그대 사랑으로 채워야 하나 봅니다.
부끄러운 내 얼굴만 빤히 쳐다보는 작은 눈빛도 짧은
머리카락도 참으로 근사합니다.
나 지금 그대 집을 나섭니다.
못 내 아쉬워하는 그대 모습을 보는 거 정말 싫어서
먼저, 등을 돌렸습니다.
저 만치 그대가 내 뒷모습을 보고 서 있을 거만 같아서
가슴이 두근거립니다.
나 지금 그대에게서 돌아오는 길입니다.
그런데 어쩌면 좋습니까?
까맣게 잊고 온 것이 하나 있습니다.
그대 곁에서 잠시도 떠나있기 싫은 내 마음입니다.
나 지금 그대에게 가는 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