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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지금 그대에게 가는 길입니다.

靑思 김성학 2007. 7. 6. 21:45

 
      나 지금 그대에게 가는 길입니다.
      詩人 :  강명하
      나래이션 : 박선민 
      나 지금 그대에게 가는 길입니다.
      예쁘게 포장하진 못했지만
      수줍은 내 마음을 풀어놓을 참입니다.
      나 지금 그대에게 가는 길입니다.
      흔들리는 버스는 왜 이리 느리기만 한겁니까?
      도중하차하는 사람은 오늘따라 왜 이렇게 많답니까?
      택시를 타지 않은 것을 후회하며 뽀롱해진 내모습이
      차창에 반사되어 눈살을 찌푸립니다.
      나 지금 그대 집 앞까지 왔습니다.
      손짓하며 반겨줄 얄미운 사람이 보이질 않습니다
      마중 나오지 않는다고 울먹이는 나의 투정은
      커다란 그대 가슴에서 웃음으로 변덕을 부리고
      그대 눈빛에 박혀버린 바보 같은 내 모습도
      오늘은 참으로 예쁩니다
      나 지금 그대 집입니다.
      아침도 걸렀는데 커피도 한 잔 주지 않습니다.
      훌쭉해진 내 배를 그대 사랑으로 채워야 하나 봅니다.
      부끄러운 내 얼굴만 빤히 쳐다보는 작은 눈빛도 짧은 
      머리카락도 참으로 근사합니다.
      나 지금 그대 집을 나섭니다.
      못 내 아쉬워하는 그대 모습을 보는 거 정말 싫어서
      먼저, 등을 돌렸습니다.
      저 만치 그대가 내 뒷모습을 보고 서 있을 거만 같아서
      가슴이 두근거립니다.
      나 지금 그대에게서 돌아오는 길입니다.
      그런데 어쩌면 좋습니까?
      까맣게 잊고 온 것이 하나 있습니다.
      그대 곁에서 잠시도 떠나있기 싫은 내 마음입니다.
      나 지금 그대에게 가는 길입니다.  
      
      
      
 
                              출   처: 천년문학[천년그리움이 흐르는 강] [원문보기]